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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가온 변화에 당당히 도전하기

by 미대아빠 2024. 1. 9.

최보연 :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 온라인이지만 예술교육에 대해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자기소개와 함께 지난 2020년의 소회를 키워드로 이야기하며 시작해보자.

 

미대아빠 : 저는 작품 활동을 겸하며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강의 등 여러 가지 일정이 취소되면서 갑자기 생긴 공백 속에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이제껏 미뤄왔던 것들, 바쁘다는 핑계로 보류했던 것을 다시 시작했다. 2020년을 돌아보며 무화과가 떠올랐다. 꽃이 없어서 ‘무화과(無花果)’라고 하지만 열매 속에 꽃이 숨어 있는데 모를 뿐이다. 저뿐 아니라 많은 문화예술교육자가 코로나19로 갇혀있는 듯한 느낌이었겠지만 그 안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 않았을까 싶다.

 

동부여성발전센터

 

새로운 시도와 재발견

최보연 : ‘재발견’이라는 큰 키워드를 주셨다. 키워드를 조금씩 풀어가자. 어떤 재발견과 시도가 있었나.

 

미대아빠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유튜브 콘텐츠 ‘내 곁의 문화예술교육’ 영상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10년 있다 보니 어느 정도 과정이 익숙해지고 반복되었다. 예술은 항상 새로워야 하는데 타성에 젖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종종 들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수업, 미뤄왔던 전시, 개인 작품 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나의 콘텐츠와 데이터가 되는 과정을 보며 이번 기회가 선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미 있었다.

 

최보연 : 학교에서는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미대아빠  :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제가 몰랐었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접하는 기회를 얻었다. 담당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이 자유롭게 수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등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저 역시 온라인으로 학생들과 어떻게 교감할지가 가장 걱정이었다. 공예분야는 서로 작품을 보면서 감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결과물을 직접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줌(Zoom)으로도 작품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감상을 이야기할 수 있고, 여러 플랫폼의 게시판을 통해 댓글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올해도 비대면수업이 계속된다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로 수업을 해볼까 한다.

 

 

 

도전에서 피어나는 성찰

최보연: 선생님들이 고군분투가 여실히 느껴진다. 코로나19가 여러 가지 제약을 주기는 했지만, 학교·시설과의 관계성, 동료 강사와의 네트워크와 공유 등은 평소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공감하는 부분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환경이나 개인적인 차원, 정책적인 차원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도전과 어려운 점을 이야기 해달라.

 

미대아빠 : 저도 처음부터 콘텐츠를 잘 만든 것은 아니다. 계속 쌓아온 거다. 대면수업은 정해진 시간에 하고 끝내면 되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는 촬영 2~3시간, 편집 4~6시간의 공을 들여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그 시간을 예술 활동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을 나의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연구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수업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저만의 빅데이터가 되었다. 콘텐츠 제작이 결국 관심 있었던 출판이나 유튜브 콘텐츠 등 다른 파급효과를 가지고 왔다.

 

성보희 : 문화예술교육은 현장에서 가장 큰 빛을 발하지 않나. 부딪히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바도 많고. 영화분야는 참여자와 같이 영화를 만드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다른 사회예술강사와 이야기했는데, 장애인을 위한 예술교육 콘텐츠는 없다고 하더라. 이 기회에 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보는 게 어떤가 진지하게 얘기했다.

 

미대아빠 : 제가 예술을 전공한 이유는 예술 활동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기뻤기 때문이다. 예술교육자의 길을 걷는 것도 예술의 기쁨을 타인과 공유해 서로 위로받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지금 같은 시기야말로 예술인이 빛을 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예술가와 예술교육자는 세상을 위로하고 함께 공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조금 더 의무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성찰했다.

 

문화예술 일자리포럼

 

더 넓게 열린 정책으로

최보연:  플랫폼이나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정해주는 것이 유용할까. 한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을 것 같다. 이와 달리 기본적인 기준이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미대아빠 : 더 멀리 보자면 자유로운 플랫폼을 계속 지원하고 개발하면 어떨까. 단발성 지원보다는 열린 플랫폼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면 예술강사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최보연 : 온라인 콘텐츠 개발이 단순히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을 좀 더 빨리 경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감을 다 써야 하는 문화예술교육이 시각과 청각만으로 가능한가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보면서 가능하다고도 느꼈다. 비대면교육이 기존 교육의 보완교육, 더 나아가 일종의 대체교육까지도 될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미대아빠 :  저는 교육을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살아있기 때문에 아플 수도, 건강할 수도, 성장통을 겪을 수도 있다. 둘 중 하나로 규정짓기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교육에 대한 다양한 면역력을 키워 앞으로 어떻게 나갈 수 있는지 방향성을 고민한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최보연 : 마지막 질문을 드린다. 2021년에도 어느 정도 2020년의 상황이 지속할 것 같다. 2021년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동료 예술교육자와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면 좋겠다.

 

미대아빠 :   예술교육자 여러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살아남자’이다. 예술은 도전이지 않나. 작년과 같은 어려움이 지속한다고 하더라도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예술인, 예술교육자는 주어진 상황에서 좋은 방법을 찾아 언제나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고, 새로운 기회가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정책적으로 교육진흥원 같은 지원기관의 실질적 도움도 필요하겠다.

 

 

 

인터뷰어: 최보연 편집위원

정동극장, 아트선재센터, 세종솔로이스츠 등에서 공연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경험했고, 미국 뉴욕대학교 공연예술행정학 석사를 마치고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창의성 담론에 대한 연구로 문화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의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일했으며, 현재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터뷰이: 미대아빠

 

 

 

2021.01.18.